특허·수익 배분 불확실성 속 AI, 신약 개발 판도를 바꾸다
AI는 분자 스크리닝에서 임상 개발에 이르기까지 신약 개발 전 과정을 가속하고 있다. 그러나 특허 발명자성, 권리 귀속, 수익 배분을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AI 기반 제약 혁신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인공지능(AI)은 신약 발굴, 임상시험, 규제 절차를 혁신해 바이오테크놀로지 분야의 새로운 과학 혁명을 예고하고 있지만, 기술이 제약 개발의 지형을 바꾸는 만큼 특허 권리와 수익 배분을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17일(현지 시간) 국제 학술지 Science 보도에 따르면, 지식재산권 전문가들은 AI 기반 신약 개발에서의 권리 귀속과 이익 배분 문제가 여전히 법적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AI는 수백만 개 분자를 신속하게 스크리닝하고 임상 과정에서의 잠재적 문제를 조기에 분석함으로써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임상시험에 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아직 AI가 발굴·설계한 약물이 시판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AI를 활용해 개발된 2개의 신규 후보물질이 2상 임상시험에서 안전성을 확인했다. Insilico Medicine의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 Lentosertib와 Recursion의 뇌 해면상 혈관기형(cerebral cavernous malformation) 치료제 후보 REC-994다. 현재 신규 후보물질의 90% 이상이 임상시험에서 실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대략 10개 중 1개만 상용화에 성공해 환자에게 처방된다는 뜻이다.
문제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AI가 핵심 역할을 할 때 누가 특허권을 보유하느냐이다. 2022년 Thaler v. Vidal 사건에서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AI는 특허의 발명자로 등록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항소심 판결인 만큼 미국 연방대법원에서만 뒤집을 수 있으나, 대법원이 이를 번복할 가능성은 낮다.
Thaler v. Vidal 판결은 AI와 인간의 협업이 개입되는 실무 상황을 다루지는 않았다. 지난해 11월 미국 특허상표청(USPTO)은 Federal Register에 AI 보조 발명의 발명자성(inventorship)과 관련한 개정 지침을 발표하며, AI는 실험 장비나 소프트웨어와 유사한 ‘도구’로 취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러한 법적 기준을 실제 신약 개발에 적용하면 사안은 더 복잡해진다. 발명자로 인정될 수 있는지는 분자 유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AI가 분자의 디지털 형태를 제안하더라도, 실제 합성 경로를 고안하는 합성화학자(synthetic chemist)가 발명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단백질이나 핵산과 같은 거대분자(macromolecule)의 경우, AI가 발견한 아미노산 서열로부터 이를 제조하는 방법이 이미 잘 확립돼 있어 인간의 기여를 입증하기가 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사용 방식에 대한 문서화 역시 잠재적 위험 요인이다. 인간은 자신의 사고 과정을 기록하는 데 서툴지만, AI의 출력물은 쉽게 저장될 수 있어 AI의 기여가 과장될 수 있다. 특허 소송에서 실험 노트와 공개 데이터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AI가 발명자였고 인간은 기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될 여지가 있다. 이는 AI 활용 수준을 정확히 문서화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AI 개발 기업이 자사 AI로 만들어진 발명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가능성은 낮다. 현재 대부분의 AI 모델 제공업체는 서비스 계약에서 출력물에 대한 권리를 사용자에게 귀속시키고 있다. 다만 고부가가치 분야에서는 약물의 매출 성과에 따라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 등 별도의 계약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
계약 협상에서 당사자 간 힘의 균형도 변수다. 대형 AI 기업이 소규모 제약사와 협상할 때는 AI 기업이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 반대로 대형 제약사가 소규모 AI 기업과 협상하는 경우에는 제약사가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 이익 배분 구조는 양측의 규모와 협상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BioAsia 2026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연구 부문 최고과학책임자(CSO) 겸 수석부사장은 AI가 연구개발 전반에서 과학 수행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근본 기술이 우리가 이해하고 일하는 방식을 교란하면 과학은 변한다. AI가 이제 우리 산업에서 그런 모델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AI는 분자 발견의 초기 단계부터 임상 개발까지 전 과정에 활용되고 있다. 기업들은 실험실 데이터와 생물학적 이미지를 대규모로 분석하기 위해 첨단 슈퍼컴퓨팅 시스템을 포함한 컴퓨팅 인프라에 투자해왔다. AI 도구는 패턴을 식별하고 결과를 예측하며, 신약 개발과 임상시험에서 의사결정을 가속한다.
복잡한 질환을 이해하는 데 따르는 도전을 강조하며, 해당 임원은 인간 유전학이 핵심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수십만 명의 개인을 포괄하는 대규모 유전체 데이터셋이 이제 머신러닝 모델로 분석돼 질병 유발 돌연변이를 찾고 있다. 그는 “AI는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수백만 개 돌연변이를 컴퓨터로 시험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암 연구에서는 AI 모델이 유해 돌연변이와 우연적 유전 변이를 구분하도록 훈련돼 왔다. 딥러닝은 특정 세포 유형에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수 있는 DNA 서열을 설계하는 데도 적용되고 있다. AI가 설계한 생물학적 서열은 일부 실험에서 자연 서열보다 더 나은 성능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복잡한 생물학적 규칙을 효율적이고 기능적인 설계로 응축하는 ‘정보 압축’의 한 형태로 설명돼 왔다.
제조 분야에서는 AI가 여러 변수를 동시에 모델링해 생산 공정을 최적화하고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AI와 자동화, 대규모 생물학 데이터, 협력 연구의 결합은 치료 혁신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는 “신약 발굴에 지금보다 더 좋은 때는 없었다. AI가 의학의 미래를 재편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전통적 실험 스크리닝 없이도 표적 서열만으로 계산 모델이 치료용 항체 후보를 직접 생성하는 ‘제로샷 항체 설계(zero-shot antibody design)’라는 야심찬 목표도 언급했다.
연구자들은 AI를 활용해 발견을 가속하며, 분자 수준에서의 생명에 대한 새로운 통찰과 질병 대응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한 연구팀은 복잡한 단백질의 3차원(3D) 형태를 더 정확하게 예측하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도구 D-I-TASSER를 개발해, 더 빠른 신약 발굴과 질병 연구의 개선, 표적 치료의 정밀 설계를 지원하고 있다.
한 교수는 “대부분의 단백질은 여전히 3D 구조를 알지 못하며, 이는 생물학의 큰 맹점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백질의 형태는 체내에서의 기능을 결정하지만, 많은 대형 다중 도메인 단백질은 너무 복잡해 기존 도구로는 신뢰성 있게 모델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인체에는 약 20,000개의 서로 다른 단백질이 있으며, 이들 중 다수는 서로 연결된 여러 부분으로 구성돼 움직이며 상호작용한다. 이러한 복잡성은 정확한 컴퓨터 모델링을 어렵게 해 질병 기전 이해와 신약 개발의 진전을 더디게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AI와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을 결합해 D-I-TASSER를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복잡한 단백질을 더 작은 구간으로 나누어 각 구간의 형태를 먼저 예측한 뒤, 물리 모델링으로 이를 조립해 완전한 3차원 구조를 구성함으로써 단백질이 어떻게 접히고 맞물리는지를 더 정밀하게 재구성한다. 시험에서 D-I-TASSER는 기존의 최첨단 방법들보다 복잡 단백질 구조를 약 13% 더 정확하게 예측했다. 연구자들은 또한 인체 대부분의 단백질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구조 모델을 생성했으며, 여기에는 기존에는 분석이 어려웠던 단백질들도 다수 포함됐다.
해당 교수는 “단백질 구조를 더 분명히 볼 수 있으면 질병에서 무엇이 잘못되는지, 잠재적 약물이 어떻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D-I-TASSER를 바탕으로 RNA 구조 예측과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 모델링으로 프레임워크를 확장하고 있으며, 특히 항체–항원 복합체(antibody–antigen complexes)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바이오테크 및 바이오제약 기업들이 AI 시대를 본격적으로 수용하면서, 이 기술은 의료 분야에서의 깊은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Google DeepMind는 AlphaFold 프로젝트를 통해 단백질 접힘(protein folding) 문제를 해결하고 노벨상을 수상하며, AI 기반 신약 개발로 가는 길목의 핵심 장애물을 제거했다. AI 모델이 계속 반복·고도화되면서 맞춤화 비용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기업의 도입 장벽도 점차 낮아져 기술적 돌파구에 대한 전환점이 해마다 가까워지고 있다.
AI 기반 신약 개발에 집중하는 Recursion Pharmaceuticals는 저명한 기술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회사 주가는 90% 하락해 현재 시가총액이 19억 달러로 평가되지만, 한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2월 투자의견을 상향 조정했다. 주된 이유는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familial adenomatous polyposis) 치료 후보물질 REC-4881에 대한 낙관론이었다. 해당 애널리스트는 AI 기반 R&D 파이프라인에 포함된 여러 후보물질이 임상 결과와 제약 파트너십을 통해 검증됐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 대형 제약사는 NVIDIA와 1억 달러 규모의 협력을 체결해 공동 혁신 연구소를 설립했다. NVIDIA의 Vera Rubin 칩과 BioNeMo 플랫폼이 제공하는 최상급 컴퓨팅 역량을 기반으로, 이 바이오제약 대기업은 AI 잠재력의 구현을 가속하고 있다. 현재 기업가치가 1조 달러 미만으로 평가되는 이 회사는 매력적인 밸류에이션 측면의 투자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AI는 신약 개발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지만, 특허 소유권과 계약 구조가 정리되지 않으면 진전이 지연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개발을 가속하고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려면 이러한 법적 이슈를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