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적으로 안정화한 펩타이드, 약물화 어려운 암 구동인자 표적
영국 바스대학교 연구진이 박테리아를 이용해 살아 있는 세포 안에서 수백만 개의 펩타이드 후보를 생산·화학적 안정화(‘스테이플링’)·시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접근법으로 여러 암에서 과활성화되는 전사인자 CREB1의 펩타이드 억제제를 찾아냈으며, 실험실 시험에서 암세포 선택적 사멸 효과를 보였다.
영국 바스대학교(University of Bath) 연구진이 박테리아를 이용해 살아 있는 세포 안에서 수백만 개의 잠재적 약물 분자를 만들고, 화학적으로 안정화하며, 시험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이로써 치료가 까다로운 암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을 훨씬 더 빠르고 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 이 기술은 박테리아로 방대한 펩타이드(peptide) 분자 라이브러리를 생산하고, 세포 내부에서 시험하는 동안 이들을 화학적으로 안정화(또는 ‘스테이플링’)해 일정한 형태로 고정한다.
대학교 생명과학과(Department of Life Sciences)에 기반한 과학자들은 전사인자(transcription factor)로 알려진 악명 높은 ‘약물화가 어려운(undruggable)’ 암 구동인자 계열을 표적으로 하는 잠재적 약물로서 펩타이드를 연구하고 있다. 펩타이드는 단백질의 구성 요소인 아미노산이 짧게 연결된 사슬이다. 전사인자는 유전자 활성을 조절하는 마스터 스위치처럼 작동하며, 암에서 과활성화되는 경우가 흔하다.
Cell Chemical Biology에 게재된 최신 연구에서 연구팀은 각 박테리아가 서로 다른 펩타이드를 생산하고, 그 펩타이드가 살아 있는 세포 내부에서 화학적으로 변형되도록 하는 박테리아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화학 단계는 분자 스테이플처럼 작용해 각 펩타이드를 원래는 취하지 않을 일정한 형태로 잠가 고정한다. 결정적으로 이러한 화학적 ‘스테이플링’은 펩타이드가 만들어진 뒤에도 세포 밖으로 나오기 전, 즉 여전히 세포 안에 있는 동안 일어나며, 이를 통해 연구진은 구조적으로 안정화된 수백만 개의 펩타이드를 생물학적 환경에서 직접 시험할 수 있다.
효과적이면서도 독성이 없는 펩타이드를 생산하는 박테리아만 살아남기 때문에, 연구진은 가장 유망한 잠재적 약물 후보를 빠르게 찾아낼 수 있다. 화학적 변형과 생물학적 시험을 단일 단계로 결합함으로써 이 접근법은 약물 발굴 과정을 간소화하고, 어려운 작업을 생물학 자체가 수행하도록 한다.
화학 반응이 살아 있는 세포 내부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이 접근법은 기존의 펩타이드 약물 발굴보다 더 깨끗하고, 친환경적이며, 비용도 적게 든다. 실험실에서 펩타이드를 만들고 ‘스테이플링’하는 데 보통 필요한 독성 용매와 다단계 화학 공정을 피할 수 있다. 전통적 방법은 펩타이드를 합성한 뒤 정제하고, 화학적으로 변형한 다음 다시 정제해야 한다. 반면 스테이플링된 펩타이드는 단일의 단순화된 단계로 세포에서 직접 회수할 수 있다. 이러한 단순성은 접근법 자체를 본질적으로 확장 가능하게도 만든다. 원칙적으로는 발굴에 사용한 동일한 박테리아 공정을 더 큰 규모의 펩타이드 생산과 제조에 맞게 적용할 수 있다.
변형된 펩타이드는 연구팀이 개발한 Transcription Block Survival(TBS) assay라는 기법을 이용해 활성 스크리닝을 거친다. 이 시스템에서는 박테리아가 생산한 펩타이드가 암을 유발하는 전사인자를 성공적으로 차단할 때만 박테리아가 생존할 수 있다. 화학적 펩타이드 안정화와 TBS assay를 결합하면, 단 한 번의 실험에서 전사인자 표적을 끄는 능력을 기준으로 수천만 개의 서로 다른 스테이플링 펩타이드 변이체를 동시에 만들고 스크리닝할 수 있다.
생존이 표적 차단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에, 가장 효과적인 스테이플링 펩타이드는 빠르게 박테리아 집단에서 우세해진다. 동시에 불안정하거나 효과가 없거나 독성이 있는 펩타이드는 과정 중에 자동으로 제거된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대장암을 포함한 광범위한 암에서 과활성화되는 전사인자 CREB1의 펩타이드 억제제를 규명했다. 또한 이 펩타이드가 실험실에서 배양한 인간 암세포 안으로 들어가 CREB1이 조절하는 경로를 차단하고, 선택적으로 암세포를 죽일 수 있음을 보였다.
연구팀은 대장암을 포함한 광범위한 암에서 과활성화되는 CREB1이라는 전사인자의 펩타이드 억제제를 발견함으로써 이 기술의 위력을 입증했다. 이들은 가장 유망한 펩타이드가 실험실에서 배양한 인간 암세포 안으로 들어가 CREB1이 조절하는 경로를 차단하고, 선택적으로 암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음을 보여줬다.
다음 단계는 이러한 펩타이드 억제제가 더 복잡한 조직 모델과 동물 연구에서 효과적인지 시험하는 일이다.